사진에서 아우라를 느낀다

최재우







박찬우 작가의 stone은 공간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넓은 흰 여백 속의 돌. 그 돌 하나가 공간을 압도한다. 왠지 우리를 조용하고 차분해지게 한다. 자세히 보면 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돌을 안은 물은 돌보다 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돌을 받치고 있다. 그 물의 힘도 돌 못지않다. 오랫 동안 내 공간에 놓인 박찬우 작가의 사진을 볼 때마다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힘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조용한 사진이 나를 엄숙하게 만들고 나에게 무언가 말하는 것 같다.

작가는 돌을 찍는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물에 반쯤 잠긴 물을 찍는다. 그런데 그 모습이 새삼스럽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돌인데 기품이 흐른다고 할까?

작가는 전국의 강가나 바닷가를 돌며 돌을 찾고 작업실로 가져온다. 오랜 세월 보내며 살아온 일들을 몸둥아리로 보여주는 물을. 그만큼 긴 세월을 보낸 물속에 담그고 찍는다. 어떠한 기교도 부리지 않고 순수하게 찍는다. 주먹만 한 돌은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몇 배는 더 긴 세월을 지내온 선배다. 비바람을 맞고 몸이 꺾어져 왔는데 말이 없다.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당당하다. 교만하지 않다. 그 돌은 살아 있는 것 같다.

"감히... 영업의 시간, 그 깊이를 담는다. 너무 거창한 말이다. 그러나 그러고 싶었다. 내가 이곳에 있기 전,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던 그대로의 것들을 담고 싶었다. 하늘. 바다. 산, 강, 바람 등... 하늘이나 바람처럼 형태가 없지도 산이나 바다처럼 너무 크지도 않은 내 두 손바닥에 꼭 들어오는 크기의 조그만 '돌'에서 하늘보다 

더 큰, 바다보다 더 깊은 무게감을 느낀다. 그것은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쉼 없는 파도와 흐르는 물살에 서로서로가 부딪히며 그 

무수한 세월을 의연한 침묵으로 받아낸 내공이다.“



작가노트

작가의 사진 속 힘은 이것이었던 것 같다. 돌은 살아 있었다. 작가의 선택에 의해 연을 맺은 돌은 작가에 의해 의미를 부여받았고 스토리를 갖게 되었다. 작가는 돌을 보며 한 생각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말이 아닌 예술 작품을 통해 그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했고 우리는 우리 자신의 스토리와 엮어 작가의 무언의 말을 들었다. 작

가가 돌을 찾고 찍으면서 생각했을 많은 것들을 우리도 느꼈다. 만나지도 않은 사람들끼리 작품을 통해 비슷한 공감을 한다는 것은 참 신기하다. 아마도 작가는 작업을 통해 세월의 무게감을 말하려한 것 같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돌처럼 물처럼 안으로 담고 겉으로 다 드러내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리 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오랜 세월을 견뎌오고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있는 모습이 더 의연한 것은 우리가 그런 삶을 존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찬우 작가의 작품을 보며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그의 글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에서 언급한 아우라(Aura) 이론을 생각했다. 발터 벤야민은 사진을 복제로 보며 복제품은 예술 작품 고유의 아우라를 상실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박찬우 작가의 작품을 보며 아우라를 느꼈다. 돌에서 나오는 힘, 흰 여백이 뿜어내는 기운. 이것이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울림을 남기는 아우라가 아닐까?

박찬우 작가의 Stone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사진만이 갖는 고유한 느낌과 대중에게 미치는 힘. 즉 사진 작품의 아우라를 비교적 소홀히 생각하고 있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상을 작가의 의도대로 담아내면서 사진은 또 하나의 독특한 의미와 느낌, 아우라를 만든다. 박찬우 작가의 작품은 본인이 담고자 한 돌들의 자연적 아우라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나아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예술적 메시지도 

함께 나타낸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미술이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시각적 방법으로 풀어낸 것 아닐까?

박찬우 작가는 오랜 세월을 품고 있는 돌과 물을 통해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품고 받아 주는 속 깊은 누군가를 우리

에게 보내 준 것 같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를 이해할 것 같고 우리에게도 속으로 삭이며 좀 더 성숙해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돌은 

말이 없고 물도 잔잔하지만 무언의 힘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 돌이 살아온 세월을 알지 못하지만 그 긴 세월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말이다.